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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코칭의 90%를 해도, 남는 10%가 코치의 전부다

"AI가 커리어 코칭의 90%를 제공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의 결론은 "사람은 여전히 중요하다"였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10% — 침묵과 맥락과 관계에 대해 씁니다.

얼마 전 눈에 밟히는 연구를 봤습니다. 미국 콘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가 낸 자료인데, 첫 문장이 셌습니다. “AI가 커리어 코칭의 90%를 제공할 수 있다.” 코칭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뜨끔할 수밖에 없는 문장이죠. 그런데 정작 이 연구의 결론은 뒤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

저는 이 두 문장 사이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90과 10 사이에 코칭의 다음 십 년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90%는 순순히 인정합시다

목표를 잘게 쪼개고, 실행 계획을 짜고, 이력서 문장을 다듬고,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고민에 정석 답변을 내놓는 일. AI는 이걸 정말 잘합니다. 빠르고 일관되고, 밤 11시에 물어도 지치지 않습니다. 솔직해집시다. 예전에는 코치가 이 일에 세션의 절반을 썼습니다. 준비물 같은 일에 전문가의 시간이 녹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AI가 코칭을 위협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AI가 가져가는 90%는 코칭에서 가장 코칭답지 않던 부분이니까요. 실제로 요즘 잘하는 코치들의 준비 풍경은 이미 달라졌습니다. 세션 전에 AI로 질문 후보를 스무 개쯤 뽑아 두고, 지난 세션 기록을 요약시키고, 고객 업계의 최근 흐름을 정리해 둡니다. 준비의 양은 늘었는데 준비에 쓰는 시간은 줄었습니다.

표를 보다 말고 조용해지는 순간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AI에게 물으면 몇 초 만에 흠잡을 데 없는 장단점 비교표가 나옵니다. 연봉, 성장성, 조직문화, 통근 거리까지. 그런데 코칭 현장에서는 그다음에 진짜 장면이 옵니다. 그 사람이 표를 보다 말고 조용해지는 순간이요.

그 침묵이 진짜 이야기입니다. 한참 뒤에 나오는 말은 대개 표에 없던 문장입니다. “사실은 이직이 문제가 아니라, 인정받지 못한 게 서운했어요.” 비교표가 아무리 정교해도 이 문장을 끌어내지는 못합니다. 질문이 아니라 기다림이 끌어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사라지지 않는 10%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침묵을 읽는 일 — 말한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에서 오늘의 주제를 찾는 것
  • 맥락을 기억하는 일 — “지난번에 그 얘기를 하다 멈추셨죠”라고 이어가는 것
  • 관계를 지키는 일 — 틀린 말을 해도 다음 세션에 다시 오게 만드는 신뢰

셋 다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만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코치는 어디에 서야 하나

답은 “AI를 멀리하자”가 아니라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90%를 기꺼이 넘기는 겁니다. 세션 전 정리, 질문 후보 뽑기, 기록 요약 같은 준비는 도구에게 맡기고,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전부 10%에 쓰는 것. 사람의 침묵 앞에 앉아 있는 일에요.

제가 늘 되뇌는 말이 있습니다. 가르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바뀔 때까지. 지식을 전하는 90%는 이제 누구나, 무엇이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 실제로 바뀔 때까지 곁에서 버티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이 이야기가 코치에게만 해당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팀원과 면담하는 리더, 고객을 만나는 마케터, 채용 인터뷰를 하는 인사 담당자. 상대의 답변보다 머뭇거림에서 더 많은 것을 읽어야 하는 자리라면 어디든 같은 구조입니다. 90%의 준비는 도구에게, 사람의 온도를 읽는 10%는 나에게.

AI가 90%를 가져갈수록 남은 10%의 값은 오히려 오릅니다. 그러니 코치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에게 뺏길까”가 아니라 이것입니다. 나는 그 10%를 얼마나 잘하는 사람인가.


다음 글에서는 코치가 세션 준비 단계에서 AI를 실제로 어떻게 나눠 쓰는지, 제 워크플로우를 그대로 공개해 보겠습니다. 새 글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RSS 구독으로 받아보세요.

참고: The Conference Board, “AI Can Provide Career Coaching, But Humans Still M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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